영화 엑시트 리뷰

 

2019년 여름, 웃음과 긴장을 동시에 선사하며 관객을 사로잡은 영화 ‘엑시트’는 한국형 재난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작품입니다. 유독가스로 가득 찬 도심에서 벌어지는 탈출극이라는 신선한 설정 속에 청춘의 성장 이야기와 가족의 의미를 녹여낸 이 영화는 흥행과 평단 모두에게 호평을 받았습니다. 본 글에서는 '엑시트'의 독창적인 재난 설정, 유쾌한 청춘 액션의 매력, 그리고 감동적인 가족 서사에 대해 심도 있게 분석해 보겠습니다.

유독가스 재난이라는 새로운 설정

'엑시트'는 기존 재난 영화에서 잘 다뤄지지 않았던 유독가스를 주요 위협 요소로 설정함으로써 차별화를 꾀합니다. 영화는 한 중년 남성이 도심 한복판에서 독성 가스를 분출시키는 장면으로 시작되며, 이내 도시는 회색의 안개 속에 뒤덮이게 됩니다. 이 가스는 지면보다 낮은 층에 퍼지기 때문에 사람들은 높은 곳으로 탈출해야 하며, 이러한 설정은 단순한 시각적 공포를 넘어서 관객에게 새로운 종류의 위기감을 전달합니다.

이러한 유독가스 설정은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교묘히 넘나들며 몰입도를 높입니다. 영화 속에서 도시를 가득 채운 연기, 끊어진 엘리베이터, 연락 두절된 통신망 등은 팬데믹 이후 현대 사회가 겪고 있는 다양한 위기와 닮아 있습니다. 덕분에 관객은 '만약 나였다면?'이라는 상상을 하게 되고, 이입의 강도는 자연스레 높아집니다.

게다가 이 재난 상황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주인공들의 행동과 감정, 성장의 계기가 되는 중요한 장치로 작용합니다. 그저 위험한 상황을 극복하는 것이 아닌, 그 안에서 자신을 돌이켜보고, 과거의 열등감과 좌절을 넘어서는 서사가 전개됩니다. '엑시트'는 유독가스를 재난의 소재로 활용하면서도, 인물의 내면을 드러내는 촘촘한 장치로 승화시킨 것이 특징입니다.

청춘 액션의 유쾌함과 긴장감의 조화

‘엑시트’의 가장 큰 매력은 단연 재난과 코미디, 스릴과 유쾌함이 절묘하게 섞인 청춘 액션 장르입니다. 주인공 용남(조정석 분)은 대학 산악 동아리 출신의 백수 청년으로, 취업에 실패한 채 집에서 눈치만 보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유독가스 재난 속에서 그는 대학 시절의 암벽등반 실력을 발휘하며 가족과 시민들을 구하는 영웅으로 거듭납니다.

이 영화의 액션은 거대한 폭발이나 무너지는 건물 대신, 고층 건물을 맨손으로 오르는 리얼한 장면들로 구성되어 현실적인 긴장감을 자아냅니다. 특히 드론, 하네스, 철봉 등 일상적인 도구를 활용한 탈출 장면은 기존의 할리우드식 재난 영화와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합니다. 고난도 액션이면서도 실제 청년이 충분히 해낼 법한 동작이라는 점에서, 관객의 몰입도를 극대화하죠.

여기에 조정석 특유의 능청스럽고 인간미 넘치는 연기, 윤아(임윤아)의 밝고 현실적인 캐릭터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게 합니다. 이들의 ‘케미’는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서, 팀워크와 생존의 묘미를 보여주며 영화의 전체적인 톤을 경쾌하게 만듭니다. 엑시트는 이렇게 위기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한국 청춘의 모습을 경쾌하게 그려내며, 색다른 재미를 제공합니다.

가족과 성장, 그 안에 숨겨진 감동 코드

'엑시트'는 겉보기에는 유쾌한 재난 탈출극이지만, 그 안에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깊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주인공 용남은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한 백수로, 가족들에게는 늘 걱정거리였습니다. 하지만 유독가스 사태가 터지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온몸을 던지는 그의 모습은 가족의 시선을 바꾸고, 동시에 그 자신도 자신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됩니다.

용남의 어머니(고두심 분), 아버지(박인환 분), 누나(김지영 분)는 각각 한국 사회 중년, 노년 세대의 전형적인 가족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합니다. 이들은 위기 속에서 갈등과 오해를 딛고 뭉치게 되며, ‘가족이란 결국 서로를 지키는 존재’라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이는 단순한 위기 탈출의 서사를 넘어, 한국 가족의 정서와 공동체 의식을 드러내는 중요한 장치로 작용합니다.

또한 영화는 성장이라는 키워드도 놓치지 않습니다. 용남과 의주(윤아 분)는 과거의 자책과 상처를 딛고 현재의 위기 속에서 스스로의 가치를 입증하게 됩니다. 이를 통해 관객은 단순한 탈출보다 더 큰 ‘내면의 변화’를 느낄 수 있고, 이는 감동으로 연결됩니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오래도록 남는 따뜻한 여운은, 바로 이 '성장 서사'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엑시트’는 단순한 재난 영화가 아닙니다. 유독가스라는 신선한 설정, 현실감 있는 청춘 액션, 그리고 감동적인 가족 이야기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춘 웰메이드 작품입니다. 웃음과 눈물, 긴장과 따뜻함을 한 번에 느낄 수 있는 ‘엑시트’는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재난 영화로 추천할 만합니다. 재난 속에서도 잊지 말아야 할 인간성과 관계의 의미를 되새기고 싶다면, 지금 이 영화를 다시 떠올려 보세요.